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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장형 투자자
2024. 6. 16. 23:22
아들아, 주식투자할 때 이것만은 꼭 기억하렴 | 권성희 저
그때 엄마가 네이버를 9천원대에 샀을 거야. 그런데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한 달 남짓만에 7천원대까지 떨어지는 거야. 엄마는 한두 달 사이에 수익률이 –20%대를 기록하면서 200만원 가까이 손해를 봤지.엄
지금 네이버 주가를 보니 그때 팔지 않고 매월 50만원씩이라도 꾸준히 사 모았으면 어땠을까 후회막심이다. 아니, 더 사지 않고 9천원대에 샀던 네이버 주식 900만원어치를 그대로만 뒀어도 3억원이 넘었을 거 아니니.하지만 2003년엔 그 생각을 못했어. 네이버는 2002년 11월에 상장했는데 그때 주가가 1,865원이었어. 엄마가 네이버 주식을 샀던 2003년 중반에 9천원이었으니 1년도 안 돼 4배 이상 오른 거야. 그러니 실적 성장세가 좋긴 하지만 주가가 고평가됐다느니, 버블이니 말이 많았지.네이버가 하는 포털 사이트는 신사업이라 미래 성장성이 어마어마한데, 이걸 예측할 수 없으니 당시의 시각으로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느니 하면서 평가 절하한 거야. 네이버 같은 성장산업의 1등기업은 그냥 사서 묻어둬야 하는데 말이야.성장주는 과거 주가를 생각하면 살 수가 없어. 너무 오른 거 같거든. 하지만 진짜 좋은 성장주는 언제라도 사서 묻어두면 중간에 급락할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올라 네이버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07년 10월에 9만 4천원을 넘어섰어. 엄마가 2003년에 팔지 않았으면 4년 만에 10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거지.그런데 그때가 고점이었어. 네이버는 그 이후 쭉 미끄럼을 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에 2만 7천원대로 추락해. 2007년 10월에 네이버를 9만 4천원에 산 사람은 1년 남짓 만에 70% 손실이 난거지. 네이버는 2013년 4월이 돼야 9만 4천원대를 넘어서게 돼. 2007년 고점에 산 사람은 6년을 기다려서 간신히 원금을 회복하게 된 거야.하지만 6년을 기다려 원금을 회복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걸?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내라서 말이야.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게 원금을 회복한 뒤에 팔지 않는 거야. 손해를 봤다가 원금을 회복하면 주가가 또 떨어져 다시 손실이 날까봐 불안해지거든. 그래서 원금이나 건지자는 생각으로 팔게 되지.성장주 투자에서 이게 또 큰 실책이야. 네이버는 9만 4천원대인 전고점을 넘어선 지 한 달 만인 2013년 5월에 10만원을 돌파하고, 2017년 6월엔 19만원을 넘어서지. 그리고 2020년 5월에 24만원대로 올라서. 물론 이 기간 동안에도 2015년 9월에 9만원대로 떨어졌다가 2017년 6월에 19만원으로 오르고, 2018년 5월에는 다시 10만원대로 급락하면서 주가는 롤러코스트를 탔어.하지만 좋은 기업에 투자한 뒤 이런 주가 등락을 무시하고 10년이고 20년이고 인내하면서 꾸준히 주식을 사 모은다면 네 자산은 크게 불어날 거야. 결국 2007년 10월 9만 4천원 고점에 샀던 사람도, 2017년 6월 19만원 고점에 샀던 사람도 중간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고생은 했지만 결국 큰 수익을 내잖아?
다시 강조하지만 매달 꾸준히 좋은 주식을 사서 모으며 그냥 버텨. 그러면 10년, 20년, 30년 후 너는 부자가 되어 있을 거야
주가 차트를 보면 박스권이 보일 때가 있어.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의 주가를 보니 1만원이 깨지면 더 내려가지 않고 반등하고 1만 5천원 정도가 되면 더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 흐름이 보이는 거지.이게 오랫동안 반복됐다고 해봐. 그럼 이런 유혹이 생겨. ‘1만원이 깨졌을 때 샀다가 1만 5천원 즈음해 팔면 50% 수익을 올릴 수 있겠구나’ 하는 생각이지.그런데 이게 큰 착각이란다.
주식은 오르면 더 사고 싶어져. 더 오르면 주식을 살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조바심이 나거든. 하지만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 매월 일정액씩 매수하는 원칙을 지키는 게 좋아.
이게 주가가 오를 때 ‘패닉 바잉’Panic Buying이 나타나는 이유야. 패닉 바잉은 투자자들이 정신없이 매수하는 걸 말해. ‘어, 남들 다 주식으로 돈 버는데 나는 뭐야. 지금이라도 빨리 사자.’ 이러면서 무조건 매수에 뛰어드는 거지.보통 주가가 많이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하잖아?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아. 네가 가진 주식이 많이 오르잖아? 그러면 욕심이 더 생겨. ‘주식을 더 사둘걸 그랬나? 지금이라도 더 살까?’ 이런 생각이 들지.
네가 갖고 있는 주식이 떨어지면 어떤 생각이 들까? ‘좋은 주식이 싸졌네. 더 사자.’ 이런 마음이 생길까? 이성적으로는 그래야 정상인데 엄마가 경험한 바로는 절대 그렇지가 않더라고.‘주가가 왜 떨어지지? 내가 모르는 무슨 악재가 있나? 더 떨이지면 어떻게 하지?’ 이런 생각이 들며 불안해지더라고. 그러다 주가가 투자원금 아래로 떨어지면 초조해지는 거야. ‘언제까지 떨어지는 거야? 더 손해 보면 어쩌지? 손실폭이 커지기 전에 팔아버릴까?’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샀던 주식도 떨어지면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게 사람의 심리야. 남들이 다 좋다고 달려들 때는 갖고 싶다가 남들이 싫다고 팔아버리면 나도 갖기 싫어지는 마음, 넌 이해할 수 있겠니? 그래서 주식은 싸게 사기가 어렵고, 좋은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는 더 어려운 거란다.
보유 주식이 급락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거야. 내재가치에 별다른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그냥 보유하면서 매월 하던 대로 일정액씩 적립식 투자를 계속 해나가면 돼.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, 그러니까 성장성이 훼손되지 않는 한 10년은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게 답이야.
주식 투자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어. 주식 투자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말이야. 온통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해 투자할 수밖에 없는 거지. 결국 내재가치는 그럴 듯한 허울이고, 투자란 자기 확신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.
네가 “주식을 더 사야 돼? 팔아야 돼?”라고 물어본다면 엄마 대답은 기업의 가치를 따져보라는 거야. 그런데 이 기업의 내재가치에는 확실한 답이 없어. 즉 너의 판단이라는 거지. 주식 투자는 너의 이 판단이 맞는지 끊임없이 확인해가는 과정이라는 게 결론이야.
이런 큰 위기가 찾아오면 증시가 폭락해. 그간 주식으로 쌓아뒀던 수익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. 하지만 증시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회복됐어.이런 큰 위기를 몇 번 겪으면서 사람들은 충격으로 인한 주가 급락이 오래 가지 않고 언젠가는 회복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. 주가 급락이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교훈을 얻었지
투자는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이다.